캐리어에어컨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냉난방기 제품 부품 보유 기간을 8년으로 두고 있으나 구매한 지 1~2년 된 새 제품마저 부품이 없어 수리를 받지 못하는 일이 잦아 AS에 너무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리어에어컨 측은 “향후 적정한 자재 재고를 확보하고 고객과의 소통에 힘써 불편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27일 소비자고발센터(http://m.goso.co.kr)에 따르면 최근 캐리어에어컨에 AS를 신청했다가 부품 수급을 이유로 약 3개월간 수리가 지연됐다는 소비자 불만이 제기됐다.
경기 화성시에 사는 여 모(여)씨는 지난 7월 가전양판점에서 산 캐리어에어컨을 8월 초 오픈한 자신의 옷 가게에 설치했다. 9월부터 냉기가 나오지 않고 제품이 저절로 꺼졌다 켜지는 문제가 생겨 AS를 신청했다.
수리기사는 두 차례 방문했지만 ‘실외기 수리에 필요한 부품이 수급돼야 한다’며 수리 일정을 계속 연기했다. 여 씨는 지속해서 본사 고객센터에 도움을 청했으나 역시 부품 수급을 이유로 약 3개월 뒤인 11월까지 수리가 미뤄졌고 이달 말이 되도록 AS를 받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여 씨는 제품 교환을 요구했고 고객센터 측은 ‘내부 확인 후 안내하겠다’란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여 씨는 “냉난방기 부품이 언제 수급되는지 정확한 안내가 없어 답답했다”면서 “날이 계속 추워지는 상황에서 난방이 되질 않아 가게 운영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캐리어에어컨 측은 취재 당일인 26일 수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체 측은 “부품 수급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고객 요구에 따라 제품 교환 및 환불은 가능하다. 다만 최근 부품 공급 일정이 확인돼 고객에 양해를 구하고 수리를 안내했다”고 답했다.
이어 “해당 부품은 공급업체 지연으로 수급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재고가 소진된 시점에 AS가 접수돼 즉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웠다”면서 “수급 상황 안내 관련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부분은 있었다. 다만 고객과 수리 완료 후에도 추가 보증기간 연장 등 별도 보상을 제공하기로 협의했다”고 말했다.
캐리어에어컨의 부품 수급 지연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은 한 두건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고발센터에 제기된 에어컨 부품 수급 차질로 인한 수리 지연 제보는 올해에만 십수 건에 달한다. 이중 캐리어에어컨이 절반을 차지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1건, 2건에 그쳤다.
가전 업계 관계자들은 일반적으로 부품 재고 부족 시 당일 수급을 요청해 다음날 아침까지 확보해놓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수리가 밀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국 서비스센터에서 가용 가능한 부품 수량이 예측이 되고 특정 부품같은 경우에는 자체 물류를 통해 부품 신청을 하면 업무 시작 전에 배송이 완료가 된다.
냉난방기 부품 수급 지연은 성수기와 비성수기를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이에 따른 수리 지연 기간도 최대 수개월에 달했다. 특히 음식점, 카페 등 자신의 영업장에 제품을 설치한 소비자들은 제품 작동이 안 돼 영업에 지장이 생기는 2차 피해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경북 구미시에 사는 조 모(남)씨는 구매한 지 2년 된 캐리어에어컨이 지난 5월부터 작동하지 않아 수차례 AS를 요청했으나 부품이 없단 이유로 6개월이 넘도록 수리를 받지 못했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이 모(여)씨 역시 지난 8월 캐리어에어컨 고장으로 AS를 신청했으나 수리기사로부터 ‘메인보드 고장이나 부품 수급이 어려워 올해 안엔 수리가 어렵다’는 안내를 받고 망연자실했다.
일각에선 구매한 지 1~2년 채 되지 않은 신제품도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면 부품 보유기간이 의미 없는 것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캐리어에어컨의 부품보유기간은 2016년 10월 이후 생산된 제품은 8년, 이전 제품은 7년으로 적용하고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품질보증기간 이내에 소비자가 제품 수리를 의뢰한 날로부터 1개월이 지난 후에도 제품을 인도하지 못하면 같은 종류의 물품으로 교환하거나 환불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품질보증기간이 지났다면 구입가를 기준으로 감가상각 환불 처리기준에 의거해 환급받을 수 있다.
다만 현장에선 ‘부품 수급이 곧 이뤄지니 기다려달라’면서 명확한 일정 공유 없이 교환·환불 요청 역시 무기한 지연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캐리어에어컨 관계자는 “앞으로 적정한 자재 재고를 확보하고 더욱 고객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여 향후 고객 불편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