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에 불어 닥친 혹한기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치솟는 원가율과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로 재무건전성은 악화되고 수익성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건설사들은 저마다 데이터센터‧소형모듈원전(SMR)‧재생에너지 등 사업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최악의 한해가 될 것이란 우려 속에 건설사들의 올해 생존 전략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해외사업에서는 친환경‧에너지 분야 수주에 집중하는 한편 국내에서는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늘려 국내외 수주 균형을 맞출 계획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도시정비사업에서 1조5783억 원을 수주했다. 2023년(1조2778억 원)에 비해 24% 증가한 금액이다. 올해도 수익성이 높은 서울과 수도권 위주의 대형 사업지를 선별 수주할 계획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그동안 도시정비사업에서 재개발과 재건축,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을 고르게 수주하고 있다.
해외사업에서는 탄소중립 등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발맞춰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국내 건설사 중 가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태양광업체 UGT리뉴어블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세르비아에서 5억1844만 달러(약 2조819억 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수주했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를 발판으로 동유럽 국가 친환경 에너지 분야 사업 진출도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지난해에는 주요 수주지역이던 중동을 넘어서 아시아, 유럽, 북미 쪽으로 거래 대상 확대에 성공했다. 종전 거래가 많던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이외에 말레이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중국, 투르크메니스탄, 미국, 유럽, 폴란드, 멕시코 등에서 신규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작년 3분기까지 누적기준 매출 3조3788억 원, 영업이익 52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8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1.39%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국내 건설업 불황으로 인한 영향은 비교적 적게 받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력사업인 플랜트와 인프라 분야의 원가율과 판매관리비가 치솟아 수익률이 급감한 것은 과제로 남아있다. 해외 대형 사업장에서 미청구공사액이 증가한 것도 고민 중 하나다. 그러나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0대 건설사 중 이자보상배율이 유일하게 10을 넘기면서 굳건한 채무 상환 능력을 보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꾸준히 차입금을 줄이고 현금을 쌓으며 유동성 확보에 힘쓰고 있다. 올해 현대엔지니어링은 해외 대형 사업지에서의 원가율과 공사비 관리에 주력하면서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는 데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신임 대표로는 주우정 전 기아 부사장을 맞이했다. 기아 CFO로 재직하면서 영업이익률을 12% 대까지 끌어올렸던 주역이다. 주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실행력 있는 풀이' '기존과의 변화' '건설업 경기 상황' 등을 언급하면서 무리한 수주보다는 수익성 개선이라는 과제를 먼저 살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