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2 부산에 거주하는 이 모(여)씨는 B 오픈마켓에서 ‘레드향 5kg’ 제품을 주문해 당일 오후 배송 받았다. 제품 수령 직후 직접 저울로 무게를 측정한 결과 실제 과일 중량은 4kg에 불과했다. 이 씨는 “판매자 연락처로 여러 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도 아무런 응답이 없어 황당했다”며 “이는 명백히 소비자를 우롱한 행위”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온라인몰에서 과일, 전복 등 농수산물 판매 시 중량을 실제 내용물이 아닌 포장재까지 포함해 표시하는 행태에 소비자 혼란과 불만이 커지면서 제도 개선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표시된 중량을 보고 구매를 결정하나, 실제 내용물은 포장을 제외하면 1~3kg가량 적은 경우가 흔해 '속았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농수산물 품질관리법‘이나 ‘전자상거래 정보 고시‘ 등에 농수산물 중량 표기에 관한 내용이 명시돼 있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다룰 법령이 부재한 상황이다.
‘전자상거래법‘에 기반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상품 등의 정보제공에 관한 고시’에서는 농수축산물은 ▲포장 단위별 용량(중량) ▲수량 ▲크기를 표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총중량과 실중량을 명확히 구분하도록 의무화 돼있지 않다.
농수산물 품질관리법 시행규칙 제7조에는 정해진 포장과 등급 규격에 맞게 출하되는 ‘표준규격품’으로 인정된 농수산물에 한해 포장재를 제외한 실중량을 ‘포장 겉면‘에 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상 판매 페이지에 실중량을 표기하는 것까지 아우르는 법령은 아니다.
판매자들이 상품명에 총중량만 강조하고 실중량이나 포장재 포함 여부를 명확히 기재하지 않더라도 제재 받지 않는 이유다. 법의 사각지대 속에서 그 혼란과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는 표기된 중량을 믿고 구매했는데 무게를 재보니 1~3kg 이상 차이 난다는 호소가 끊이질 않고 있다. 실중량 미표기 문제는 과일, 수산물 등에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귤, 사과 등 농산물과 갈치, 전복 등 수산물 대부분 상품명에는 총중량만 표기되고 실중량이나 포장재 제외 무게는 별도로 안내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과일 등 농산물은 박스 포장이 대다수고 수산물의 경우 제품 개별 진공 포장이 많다는 특성 탓에 소비자 민원은 과일류에서 주로 발생한다.
일부 판매자는 상세페이지에 실중량을 안내하고 있으나 상품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글씨로 기재돼 있어 소비자들이 쉽게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쿠팡·네이버쇼핑·G마켓·옥션·11번가 등 주요 오픈마켓 5곳에서 중량 민원이 다발하는 ‘사과’를 검색해 상위 5개 상품씩 총 25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23개(92%)는 실중량을 상품명에 표기하지 않았고 단 2개(8%)만 실중량을 함께 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명에 실중량을 기재하지 않은 23개 제품의 상세페이지를 추가로 분석한 결과 9개(36%)는 상세페이지에 따로 실중량을 안내하고 있었고 4개(16%)는 ‘포장재 포함’이라는 문구만 있을 뿐 실중량은 기재돼 있지 않았다.
나머지 10개(40%)는 상세페이지 어디에도 포장 여부나 실중량 관련 정보가 없어 실제 내용물 무게를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일부 제품은 상품명에 실중량을 명시한 듯 보였지만 상세페이지에서는 총중량 또는 포장 포함 중량으로 설명돼 오히려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사례도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 상품 등의 제공 고시’ 기준에 따라 문제 소지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 측은 “중량 자체가 표기돼 있다면 실중량으로 기재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며 “과일마다 주요 표기 기준이 다를 수 있는 만큼 판매자가 어떤 기준으로 중량을 산정했는지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을 병기하는 방식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실중량 표기에 대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포장 규격 및 등급 규격에 맞게 출하하는 농산물인 ‘표준규격품’에 해당하는 경우 ‘제품 포장 겉면’에 실중량과 함께 품목·품질등급·생산자 연락처 등의 표시는 의무사항”이라고 밝혔다.
다만 “표준규격품이 아닌 일반 농산물은 해당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실중량 표기 의무가 없고 품목 특성상 무게를 표시하기 어려운 품목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 국립수산물품질관리 원장 또는 산림청장이 정해 고시하는 바에 따라 개수·마릿수 등 표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쿠팡, 네이버쇼핑, G마켓, 옥션, 11번가 등 각 온라인몰 역시 입점 업체에 실중량 표기를 권고하고 있으나 포장 포함 중량과 실중량을 나눠서 표기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G마켓·옥션·11번가는 “상품 등록 단계에서 판매자들에게 전자상거래 고시에 맞춰 포장단위별 용량(중량)·수량·크기를 입력하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허위 기재가 확인 될 경우 판매자 제재 등의 조치를 취하고 상품페이지 내에서 안내된 것과 현저히 차이가 나 고객 피해로 판단될 경우 환불 조치 등 고객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 역시 입점 판매자들의 상품은 각 업체의 재량이기 때문에 강제하기 어려워 실중량에 대한 기재가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쿠팡은 직매입 상품 대부분 포장재를 제외한 실중량을 기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