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은 지난 9월28일부터 10월1일까지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글로벌 학회 '디스커버리 온 타깃(Discovery on Target) 2026'에서 섬유아세포 활성화 단백질(FAP)을 표적으로 하는 SMDC의 전임상 연구 결과를 구두 발표했다고 6일 밝혔다.
SMDC는 암세포에 약물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로 항체 대신 크기가 작은 저분자 화합물을 활용하는 기술이다. 한미약품은 기존 ADC보다 작은 분자 크기를 활용해 종양 조직 내부와 종양미세환경으로 약물이 침투하는 능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ADC는 암세포 표면의 종양연관항원(TAA)을 인식하는 항체에 세포독성 약물을 연결해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약물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의 주요 항암 신약 개발 기술로 자리 잡았지만 약 150kDa 이상의 큰 분자 크기로 인해 종양 조직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지적돼 왔다.
특히 암연관섬유아세포(CAF)와 세포외기질(ECM)이 밀집한 종양미세환경에서는 약물 확산과 암세포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

췌장암과 대장암 등 일부 소화기 고형암을 비롯해 폐암, 연부조직육종 등에서도 FAP 발현이 관찰된다. 회사는 개별 암세포에서 특정 항원이 얼마나 발현되는지에 의존하는 기존 ADC와 달리 여러 암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종양미세환경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자체 차세대 신약 발굴 플랫폼인 'DNA-Encoded Library(DEL)' 스크리닝 기술을 이용해 FAP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새로운 구조 계열의 저분자 화합물을 발굴했다. 여기에 세포독성 약물을 결합해 SMDC를 설계했다.
혈액 속에서는 약물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종양미세환경에 도달했을 때 선택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링커 기술도 적용했다. 정상 조직에서 불필요하게 약물이 방출되는 것을 줄이면서 종양 부위에서 세포독성 약물이 작용하도록 설계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전임상 단계에서도 항암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FAP 발현 세포주를 이식한 마우스 모델에서 SMDC 투여에 따른 항암 효능이 나타났다. 췌장암 동소이식 마우스 모델에서도 종양 성장 억제와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관찰됐다.
이번 연구는 한미약품이 비만·대사질환을 중심으로 진행해 온 신약 개발 외에 차세대 항암 모달리티를 또 다른 연구 축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ADC를 넘어 방사성의약품접합체(RDC), 펩타이드약물접합체(PDC), SMDC 등 다양한 약물접합체 기술 확보에 나서는 가운데 한미약품도 자체 플랫폼과 표적 발굴 역량을 활용해 후속 항암 파이프라인 확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약품은 이 연구 결과를 10월6일부터 8일까지 미국 텍사스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열리는 'Nature Conference - Next Generation Cancer Therapeutics'에서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한미약품은 올해 들어 항암 신약 연구의 범위를 차세대 모달리티로 확장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에서는 8개 항암 후보물질과 관련한 9건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EZH1·2 이중 저해제 'HM97662', 선택적 HER2 저해제 'HM100714', SOS1-KRAS 상호작용 저해제 'HM101207'를 비롯해 표적단백질분해(TPD) 기술을 활용한 EP300 분해제, STING·p53 기반 mRNA 항암제 등이 포함됐다.
북경한미약품도 PD-L1·4-1BB 이중항체 'BH3120'과 B7H3·PD-L1을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항체약물접합체(ADC) 'BH4601'을 공개했다. 기존 저분자 표적항암제에서 이중항체와 ADC, mRNA, TPD에 이어 이번 SMDC까지 연구 영역을 넓힌 셈이다.
임상 단계 항암 파이프라인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HM97662는 한국과 호주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BH3120은 한국과 미국에서 진행성·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단독 투여와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병용 임상 1상이 진행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