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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자동차 리콜제⑦] 모르고 지나간 소비자 책임?...제조사는 통지만 하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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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자동차 리콜제⑦] 모르고 지나간 소비자 책임?...제조사는 통지만 하면 '끝'
  • 신성호 기자 ssh@csnews.co.kr
  • 승인 2025.06.26 0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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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리콜대수가 연간 500만 대를 넘어섰다. 자동차 안전에 대한 소비자 눈높이가 깐깐해지고  제조사의 선제적 대응이 맞물린 결과다. 그러나 자동차 리콜제 이면에는 소비자보다 업체 중심으로 짜인 수리 기간, 수리비 환급 제한, 수리 지연 등 구조적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자동차 리콜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고 개선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인천에 사는 양 모(남)씨는 기아 K3를 운전하던 중 핸들에서 덜컹거리는 소음을 느꼈다. 수리를 미루다 최근 정비소를 찾은 그는 해당 증상이 무상수리 대상이었지만 이미 보증기간이 만료됐다는 안내를 받았다. 양 씨는 “차량 자체 결함인데다 무상수리 통지도 받은 적 없는데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수리를 거절하니 황당하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 서울에 사는 김 모(남)씨는 최근 아우디 sq5 차량 주행중 발전기 고장으로 사설 공업사에 차를 맡겼더니 '무상수리' 대상일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공식서비스센터에 문의하니 '무상수리 대상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고 사설업체에서 약 380만 원을 주고 수리했다. 그러나 해당 차량은 지난해 5월부터 무상수리 대상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김 씨가 브랜드 측에 따지자 업체 측은 "국토부에서 지정한 계도기간이지, 아우디에서 정한 기간은 아니다"라고 맞섰다. 김 씨는 "서비스센터의 잘못된 안내로 무상수리를 받지 못했는데 변명하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 전남에 사는 하 모(남)씨는 현대차 싼타페 TM의 트렁크가 간헐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서비스센터에 점검을 요청했으나 고장 부품 보증기간이 지나 유상수리 대상이라 해 수리하지 않았다. 이후 5년 뒤 트렁크가 완전히 고장 나 확인해 보니 해당 문제는 제조사가 무상수리를 실시한 이력이 있었다. 당시 서비스센터에서 차대번호를 조회하지 않아 무상수리 대상임이 확인되지 않았던 것. 하 씨는 “서비스센터 실수로 무상수리를 못 받았는데 이를 증명할 방법도 없어 수리비를 고스란히 부담하게 됐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동차 제조사가 시행하는 무상수리 기간을 알지 못해 제때 수리 받지 못한 소비자들이 수리비 덤터기를 쓰는 일이 적지 않다.

제조사가 고지할 의무가 있으나 이사 등으로 우편물이 누락·분실되거나 서비스센터의 소극적인 안내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중고차 구매자들은 이전에 시행한 무상수리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 점을 문제 삼았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리콜뿐 아니라 무상수리도 소비자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다.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차량에 문제가 생겨 제조사가 수리해주는 모든 경우 '리콜'로 인식하지만 제도상 제작결함시정조치(리콜)와 자발적 시정조치(공개무상수리)는 성격과 처리 방식이 다르다.

리콜은 자동차 또는 자동차 부품이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거나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안전결함이 있을 때 시행한다. 시정률이 100%가 될 때까지 무기한 시행한다. 무상수리는 제작 등 과정에서 유래한 안전 결함 외 하자에 대해서 진행한다. 제조사가 기간을 정하며 통상 1년6개월에서 2년 사이로 한정한다. 

과거에는 무상수리에 대한 통지 의무가 없었지만 소비자가 대상임을 인지하지 못해 피해 보는 문제가 속출하자 2018년부터 무상수리 계획을 우편 및 문자로 통지하도록 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많은 소비자가 리콜과 무상수리를 혼동한다. 무상수리는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기간을 정하며 정해진 시한 이후에 유상수리로 전환해도 제도상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무상수리 역시 통지 의무가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벌금 부과 대상이다”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차량 무상수리 대상이었으나 기한을 놓쳐 수리비를 물어야 했다는 민원이 적지 않다. 현대차·기아·한국GM·KG모빌리티·르노코리아와 BMW·벤츠·볼보·토요타·아우디 등을 비롯한 모든 자동차 제조사에서 두루 발생하는 문제다. 

상당수 소비자들은 무상수리를 고지하는 우편물이나 문자메시지를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경우 업체들은 우편물이 분실되거나 문자메시지가 스팸으로 분류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또 소비자들은 무상수리에 대해 적극 안내해야 할 서비스센터에서 일부 쉬쉬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무상수리 대상임을 소비자가 모를 경우 이를 알리지 않아 수리기한을 놓치기 십상이라는 주장이다. 

현대차·기아, KG모빌리티 등 국내 제조사 및 JLR(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 등 수입차 업체들은 “무상수리 통지 당시 국토교통부 자동차전산시스템에 등록된 주소와 전화번호로 우편 및 메일을 보내고 있으며 중고차 구매자도 이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반면 르노코리아, 한국지엠, 벤츠 등에도 무상수리 고지 방식에 대해 문의했으나 답하지 않았다.

현대차·기아와 KG모빌리티 관계자는 “고객이 차량을 입고하면 차대번호를 조회해 무상수리 대상 여부를 확인하고 수리가 안 된 경우 안내한다”고 밝혔다. JLR 코리아 관계자는 “자사 앱에 차량을 등록하면 리콜·무상수리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전국 서비스센터에선 매월 리콜·무상수리가 진행되지 않은 차량에 대해 전화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상수리도 리콜과 같이 제조사들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중고차 차주는 구매 이전에 통지된 무상수리 계획을 알기 어렵다”며 “안전결함이 아니라고 해도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하자인 만큼 제조자가 더 책임 있는 자세로 무상수리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산상 소유주와 실제 운전자가 다른 경우 통지가 누락될 수 있다”며 “무상수리도 리콜과 같이 시정률을 관리하고 진행 상황을 공개하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안전교통공단이 운영하는 '자동차리콜센터'에서 자동차 등록번호 또는 차대번호를 입력하면 소유 자동차의 리콜 및 무상수리 대상 여부를 조회할 수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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