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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탈료 2만원이라더니 4만원씩 빠져나가…가전 렌탈도 '불완전판매'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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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탈료 2만원이라더니 4만원씩 빠져나가…가전 렌탈도 '불완전판매' 성행
구두 계약 사항 '녹취 확보·특약 명시' 필수
  • 최창민 기자 ichmin9@csnews.co.kr
  • 승인 2026.03.11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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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송파구에 거주하는 손 모(여)씨는 LG전자 정수기 구독 계약 후 월 이용료가 계약 시 안내받은 금액과 다르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지난 2024년 LG전자 베스트샵 한 매장에서 정수기를 월 9900원에 구독했는데 1년이 지나자 1만9900원씩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6년 약정해 첫 1년은 할인 요금이 적용돼 9900원이고 이후 1만9900원이 맞다"고 설명했다. 4년 이후에는 이용료가 더 올라간다는 말도 덧붙였다. 손 씨는 "이용료나 약정기간 모두 알지 못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계약서를 받지 못해 이번에 요청했더니 내 서명이 아닌 다른 이 사인이 있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 경기 화성에 사는 노 모(여)씨는 쿠쿠전자 정수기 렌탈 계약 과정에서 담당자가 안내한 월 이용료와 실제 결제액이 달라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타 사 정수기를 사용 중이던 노 씨는 방문한 쿠쿠 담당자가 '위약금을 대신 내주겠다' '렌탈료가 2만 원이다'라는 말을 믿고 계약했다. 그러나 렌탈료가 2만 원이 아닌 4만 원씩 청구됐다. 약속한 위약금도 수차례 연락하고 독촉한 끝에야 돌려받을 수 있었다고. 노 씨는 "영업사원이 오히려 신용카드 사용 조건도 없이 어떻게 2만 원에 얼음 정수기를 이용할 수 있느냐며 되레 따지는 태도를 보였다. 계약 당시에는 그런 조건에 대한 안내를 전혀 듣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 전남 목포에 사는 이 모(여)씨는 렌탈 중이던 청호나이스 에스프레소 정수기를 다른 모델로 무상 교체해 준다는 안내를 믿었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계약이 체결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기막혀했다. 기존 정수기 렌탈료와 함께 새로 받은 제품 이용료까지 이중으로 비용이 나가고 있었던 것. 게다가 고객센터에 확인한 결과 두 개 제품 모두 렌탈이 아닌 할부 구매 계약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씨는 "우여곡절 끝에 새로 교체한 정수기는 환불 받았다. 다만 앞서 계약했던 에스프레소 정수기는 이미 폐기해 사용하지 않는데도 남은 할부금을 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억울해했다.

# 경기 이천에 거주하는 이 모(남)씨는 지난 2024년 11월 세라젬에서 의료기기를 60개월 렌탈했으나 뒤늦게 계약서상 80개월로 된 사실을 알고 황당해했다. 당시 기기값 600만 원을 선납금 300만 원, 월 할부금 5만 원 60개월로 계약한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납입 회차가 이상해 확인한 계약서에는 '5만 원, 84개월 할부'가 적혀 있었다. 이 씨는 "대리점서 계약할 땐 구두로 분명히 60개월 할부라고 말했다"면서 "당시 계약서를 늦게 확인하긴 했지만 84개월을 적용하면 기기값이 100만 원 넘게 뛰는데 누가 하겠나"라고 당혹스러워 했다.

국내 렌탈 시장이 100조 원 규모로 성장하며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현장 영업 과정에서는 약정 기간이나 이용요금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다르게 안내하는 불완전판매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계약 성사를 위해 핵심 조건을 축소하거나 왜곡하는 관행이 계속돼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가전 등 렌탈 계약 시 나타나는 불완전판매 사례는 대동소이하다. 영업사원이 안내한 월 렌탈료나 약정 기간이 계약서와 다른 경우가 가장 일반적이다. 신용카드 사용을 전제로 한 렌탈료 할인 조건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할인 이용료만 강조하기도 한다.

렌탈료는 보통 자동이체하거나 카드명세서에 함께 청구되면서 소비자들은 렌탈료가 다르게 청구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렌탈업체나 고객센터를 통해 사실 확인에 나서지만, 회사 측은 소비자가 체결했다는 계약서만 제시할 뿐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공통된 주장이다. 이로 인해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도 쉽지 않다.

코웨이, 쿠쿠, 교원웰스, SK인텔릭스, 청호나이스, 세라젬, 바디프랜드 등 렌탈업체 모두에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문제다.

렌탈업체들은 계약 내용은 반드시 고객에게 고지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영업사원이 임의로 계약하거나 조건을 변경할 수 있는 체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자체 규정을 두고 고객이 계약 사항을 이중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거나 영업사원의 불완전 판매 행위 적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교원웰스 관계자는 “계약 후 알림톡을 발송해 확인 절차를 거치는 등 사전 예방책을 시행 중”이라며 “내부에서는 리스크 방지팀을 운영해 영업사원의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징계하는 등 모니터링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라젬 관계자는 “계약서 외에 주요 계약 조건과 안내 사항을 정리한 별도의 안내 자료를 함께 제공하고 제품 설치가 완료되는 시점에 계약서를 다시 고객에게 제공한다”며 “영업사원이 고객을 대신해 계약서에 서명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제품 설치 과정에서 고객의 서명을 다시 받고 계약서를 재송부해 내용을 재차 확인하는 절차를 운영 중이다”라고 말했다.

영업사원이 임의로 거래를 변경하는 것이 시스템상 어렵다는 주장이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렌탈료 등 상품 가격은 본사 시스템에 사전에 입력돼 관리된다”며 "영업사원이 임의로 가격을 변경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계약서 역시 해당 가격으로 작성이 되기 때문에 구조상 임의로 영업사원이 가격을 변동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도 “계약 사항이 기재된 계약서를 고객이 직접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 내용을 계약자가 모를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는 꼼꼼하게 계약서를 확인하는 한편 회사 차원에서도 사고 발생 예방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구두 계약은 효력이 없어 추가 내용은 반드시 계약서에 특약 등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완전 계약은 대부분 회사 측의 불충분한 정보 제공에서 비롯된다”며 “(소비자는) 계약서를 잘 살펴보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비자는 구두로 계약하게 되면 녹음본을 확보하거나 특약 사항을 표기해야 나중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입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최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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