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신뢰 회복을 위해 정보의 정확성·객관성 등에 기반한 보상체계 도입, 리서치 업무의 독립성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최근 1년간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 애널리스트 리포트 투자등급 중 '매수'가 차지하는 평균 비중은 88.5%였다. 반면 '매도' 비중은 0.1%에 불과했다.

10대 증권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증권(0.6%)과 메리츠증권(0.5%)만 일부 매도 의견을 냈고 나머지 8개 증권사는 매수 또는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증권사 리포트에서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간주되는 '중립(보유)'도 비중이 11.4%였다. 한국투자증권이 18.7%, 미래에셋증권이 18.6%인 반면 하나증권은 3.2%, 키움증권도 4%에 그쳤다.
올 들어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매수세와 중동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겹치며 코스피에서 매수 사이드카가 7번, 매도 사이드카도 7번 발동했다. 코스닥에서도 매수 사이드카가 6번, 매도 사이드카는 3번 발동했다.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애널리스트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과 편항된 정보를 제공함에 따라 투자자들의 판단이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투자의견이 '매수' 위주로 형성되는 데는 애널리스트가 소속 증권사의 중개업무 수익성 유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기관영업의 주요 고객인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종목, 인수·합병(M&A)이나 유상증자 고객이 될 수 있는 기업에 대해 쓴 소리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애널리스트가 분석할 기업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업이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애널리스트에 자료 제공을 하지 않으면 향후 회사와 관련된 정보를 얻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는 삼천당제약이 자사 주장과 상반된 의견을 제시한 iM증권 애널리스트를 고소하기도 했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 종목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애널리스트에 압박을 가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2023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 A가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 의견을 제시한 이후 해당 애널리스트와 이차전지 투자자들 간에 물리적 충돌이 벌어진 바 있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이 매도 의견을 제시한 애널리스트에 대해 컨퍼런스콜 출입을 막는 등 정보 제공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이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고 애널리스트를 고소하기까지 하는 상황에서는 리포트에서 소신대로 투자의견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2010년 투자자 정보제공 확대를 위해 애널리스트 및 리포트 공시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2016년 'IR·조사분석 업무처리강령' 제정 등을 통해 증권사 애널리스트 제공 정보의 신뢰성 제고를 추진해 왔다.
지난 2023년에는 금융감독원이 리서치 관행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독립리서치 업체를 제도권 안에 끌어올리는 방안도 추진했다. 하지만 활동 기간이 끝난 뒤에도 별다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TF에서 논의된 내용 이외에 종목 간 리서치 불균형, 기업의 애널리스트에 대한 이의 제기 등의 이슈을 계속 살펴보고 있다"며 "이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보니 계속 고민하고 있으며 연내를 목표로 금융투자업계, 금융위원회 등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증권사 애널리스트 제공 정보의 편향을 줄이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애널리스트의 이해상충 문제를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리서치가 법인영업, 기업금융(IB) 업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위주로 평가할 경우 애널리스트가 낙관적인 평가와 전망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목표 주가가 얼마나 달성됐는지, 이익 추정치가 얼마나 정확한지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기수 서경대 금융정보공학과 교수도 "증권사가 기관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객관적인 판단 아래 종목의 위험에 대해 경고할 수 있도록 내부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