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계약했더라도 보조금을 받겠다고 한 고객은 출고 순번이 밀리고, 뒤늦게 계약했더라도 보조금을 포기한 고객이 차량을 먼저 받는 사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사전계약은 먼저 계약한 고객 선착 순으로 차량을 인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만큼 보조금을 포기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한 고객에게 사실상 먼저 차량을 받을 수 있는 우선권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21일 모델 Y L 사전계약자를 대상으로 전기차 보조금 포기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지난달 6일과 10일에 이어 세 번째 설문조사다.
설문조사에는 모델 Y L 계약 고객을 대상으로 전기차 보조금 없이 차량을 먼저 인도받을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내용이 담겼다.
테슬라코리아는 발송 시점 기준 전기차 보조금이 빠르게 소진돼 지급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보조금 없이 인도를 희망하는 고객에게 차량을 우선 배정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또 설문에 응답하지 않을 경우 보조금 수령을 희망하는 것으로 간주되며 보조금 없이 인도받는 고객은 보조금 수령 후 인도를 희망하는 고객보다 차량이 우선 배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자동차 카페에는 첫 설문조사가 진행된 지난 4월 6일부터 현재까지 모델 Y L 출고 방식과 관련한 불만 글이 잇따르고 있다.
“먼저 계약했는데도 보조금 신청 문제로 출고가 늦어지고 있다”, “나보다 늦게 계약한 사람이 보조금을 포기했다는 이유로 먼저 차량을 받으면 기존 예상 출고일보다 더 밀리는 것 아니냐”, “사전계약은 줄 선 순서대로 차량을 받는 게 상식인데 보조금 포기자에게 사실상 새치기 기회를 주는 느낌” 등이 주를 이룬다.
“아직 보조금이 남아 있는 지역까지 동일하게 적용하면 결국 돈을 더 낸 사람이 먼저 차량을 받는 구조가 된다”는 지적도 내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보조금 수령자를 뜻하는 ‘보수자’, 보조금 포기자를 의미하는 ‘보포자’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일부 영업 현장에서는 보조금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올해 안에 차량 출고가 어려울 수 있다며 경우에 따라 내년 인도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보조금 포기를 유도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코리아가 보조금 포기 고객 우선 출고 방식을 운영하는 배경으로는 제한된 인력으로 보조금 신청 업무가 몰리면서 발생한 행정 처리 부담과 국내 입항 차량 재고 적체 문제가 꼽힌다.
현재 평택항에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모델 Y L 물량이 대거 입항한 상태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1차 약 300대 ▲2차 약 1000대 ▲3차 약 700대 등 누적 약 3100대 규모 물량이 순차적으로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차량 입항은 이어지고 있지만 보조금 산정 및 지급 절차가 지연되면서 실제 고객 인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입항 차량 재고가 쌓이며 보관 비용 등 부담이 커지자 테슬라가 모델 Y L에 한해 ‘보조금 포기 시 선인도’ 방식을 적용해 재고 적체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보조금 신청 처리 인력 부족 문제도 거론된다. 테슬라코리아 내 보조금 신청 업무 담당 인원은 약 20~30명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1인당 500건 이상 서류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과도한 업무량과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게시글도 올라온 바 있다.
실제 일부 지자체에서는 테슬라 차량 보조금 신청 자체가 진행되지 않은 사례도 나타났다. 충남 아산시는 ‘보조금 신청 접수 순서’ 기준으로 지급 대상을 선정하고 있는데 지난 2월 신청 접수를 시작했음에도 현재까지 테슬라 전기차 보조금 신청 건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테슬라코리아가 무리한 판매 물량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부담과 손실을 사실상 국내 소비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테슬라의 한국 고객을 무시하는 행보는 이 뿐만이 아니다. 테슬라코리아는 모델 Y L 계약 개시 7일 만인 지난달 10일 차량 가격을 500만 원 인상해 논란을 빚었다.
전문가는 보조금 포기 고객 우선 출고 방식이 한국 소비자를 가볍게 보는 비윤리적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사전계약 이후 갑자기 보조금 포기 고객 우선 출고 방식을 적용하며 소비자들을 유도하는 것은 한국 소비자를 가볍게 보는 행태다”라며 “돈을 더 부담하면 먼저 차량을 인도해주는 식의 패스트트랙 운영은 먼저 계약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윤리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만큼 문제 제기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측에 이와 관련한 입장을 물었으나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