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홈플러스 청산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진행중인 기업의 대외 행보를 이어간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테네시주 경제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MBK와 영풍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한 호텔에서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 관련 리셉션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MBK 대표업무집행자인 윤종하 부회장을 비롯해 MBK 및 영풍 관계자들과 미국 현지 로비업체 관계자와 테네시주 지역 인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와 영풍은 자신들을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그룹(Largest Shareholder Group)’이라고 소개하며 프로젝트 크루서블 지원과 협력의 주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 현 경영진과 기술진이 사업 초기부터 직접 기획하고 추진해 온 미국 투자 프로젝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려아연과 별도 협의 없이 미국에서 최대주주 그룹을 내세운 것은 기존 행보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해 온 고려아연 경영진과 기술진과는 대립을 이어오면서 대외적으로는 프로젝트를 대표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메시지를 낸 것은 모순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MBK와 영풍은 지난해 프로젝트 발표 직후 미국 정부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막아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반발한 바 있다.
윤 부회장은 MBK의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 등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좋은 회사를 인수해 더 나은 회사로 만든다”는 내용이 담긴 MBK 홍보영상도 상영됐다고 한다.
MBK는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 등을 통해 스콰이어 패튼 보그스, 더 매키언 그룹, 체크메이트 퍼블릭 어페어스 등 미국 로비업체 3곳을 선임한 상태다.
이에 대해 MBK 측은 가처분을 제기한 것은 최윤범 회장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대주주를 배제한 채 무리하게 추진하려 했던 ‘비정상적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과 ‘불투명한 의사결정 절차’ 때문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MBK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은 고려아연 투자 건과는 전혀 다른 투자사의 현안이며,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최선의 해결책 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 홈플러스 사태로 인한 대주주 MBK에 대한 책임론이 정치권과 금융권, 노동계 전반으로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홈플러스는 운영자금 고갈로 전국 대형마트 영업을 임시 중단했다.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3일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이후 긴급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오는 17일까지 회생계획 이행에 필요한 2000억 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실상 청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예정됐던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홈플러스 노동조합 간 대화도 불발됐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에 따르면 MBK 측이 당일 오전 일정을 연기하겠다고 통보했다.
노조는 면담 취소 경위를 묻는 공문을 MBK 측에 전달하고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MBK를 대상으로 한 청문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국민연금공단에 MBK 관련 투자와 위탁운용사 자격 등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홈플러스 노동자 5명은 지난 10일 MBK 본사 앞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민 의원은 지난 14일에도 ‘MBK는 홈플러스가 살아날까 봐 두려운 것 아닙니까?’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법원이 정한 홈플러스 회생자금 마련 시한은 7월 20일이다. 오늘 기준으로 아직 6일이 남았다”라며 “단 하루, 단 한 시간이라도 남아 있다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살려내는 것이 30만 민생의 생계를 쥔 대주주의 상식이자 도리”라고 지적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역시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단순히 하나의 회사가 파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1만3000여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 입점 업체와 납품 업체, 나아가 지역사회와 소비자, 국민에게도 막대한 피해가 돌아간다”며 “민주당은 홈플러스 사태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영하 국민의힘 국회의원(대구 달서구갑)은 지난 14일 “지역구에 있는 홈플러스 입점업주들과의 면담이 있어 대구로 내려가야한다”며 “약탈적 사모펀드의 탐욕이 수십만명의 눈에 피눈물이 흐르게 했음에도 누구하나 책임을 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도 채권 회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MBK는 메리츠금융그룹이 제공하는 긴급운영자금(DIP) 2000억 원 가운데 1000억 원에 대해서만 연대보증을 제공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