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부산에 사는 권 모(여)씨는 지인 선물용으로 쿠팡 입점업체에 건강기능식품을 주문했다. 뒤늦게 지인으로부터 해당 상품 소비기한이 배송받은 날부터 6일에 불과했단 사실을 전달받았다. 쿠팡 고객센터에 항의하자 상담원은 "판매자가 상세 페이지 하단에 유통기한 1~2개월 제품이라고 고지했으므로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해당 상품은 판매자가 판매를 중단시켜 상세 페이지 확인이 불가한 상황. 권 씨는 "상식적으로 6개월 치 건기식 소비기한이 6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누가 생각할 수 있겠느냐"면서 "무엇보다도 서로 책임을 미루는 태도에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사례2. 대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올해 2월경 네이버 스토어에 입점한 업체에서 아기 영양제 6개월분을 구매했다. 상품 상세 페이지에는 '섭취기한이 넉넉해요'라는 문구 외 소비기한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가 없었다는 게 이 씨 주장이다. 그는 7월에야 소비기한이 지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 6개월분 영양제가 5개월 만에 소비기한이 만료됐다는 사실을 온라인몰 고객센터에 알렸으나 상담원은 "출고 당시 소비기한이 충분히 남아 있었으며 수령 후 시간이 경과했으므로 환불 및 교환이 불가능하다"며 환불을 거부했다. 이 씨는 "추가로 항의해 교환 받았지만 약 5개월밖에 남지 않은 6개월분 영양제를 판매한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온라인몰에서 식품류를 판매하며 상품의 소비기한을 알기 쉽게 고지하지 않아 임박상품이나 기한 내 소진이 어려운 묶음 상품을 구매했다는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영양제 등 건강식품·건강기능식품은 장기간 섭취할 목적으로, 대용량 소스 등은 여러 차례 나눠 먹을 요량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기한은 구매 결정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실제 상당수 소비자들이 상품을 받고서야 임박한 소비기한이나 남은 기한 내 소진하기 어려운 물량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식이다.
문제는 배송 당시 소비기한이 지나지 않은 상품이라는 이유로 교환이나 반품·환불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소비기한이 구매 결정에 중요한 요소이므로 판매 시점부터 눈에 띄는 곳에 명확하게 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4일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 따르면 △쿠팡 △네이버쇼핑 △G마켓 △SSG닷컴 △11번가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식품을 구매했다가 소비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받거나 남은 기한이 구매 물량을 모두 섭취하기에 턱없이 짧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는 소비자 민원이 다발하고 있다.
민원 상당수가 건강식품과 건강기능식품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이들 제품은 일반 식품보다 소비기한이 수개월에서 연 단위로 넉넉할 것이라는 소비자 인식이 강해 배송 직후 소비기한을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임박상품 여부를 알아차리는 시점도 늦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상당량을 장기간 섭취한 뒤 소비기한 경과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 전자상거래법상 청약 철회 기간이 사실상 소비자 구제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온라인몰 업계는 현행 규정에 따라 소비기한 정보를 이미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상품 등의 정보제공에 관한 고시(이하 상품정보제공고시)'에 따라 상품 등록 시 소비기한을 필수 항목으로 기재하도록 하고 있으며 모니터링을 통해 위반 판매자 적발 시 경고부터 즉각 판매 중단까지 조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행 상품정보제공고시에는 가공식품의 경우 제조연월일과 소비기한 또는 품질유지기한을, 건강기능식품은 소비기한과 보관방법을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 따라서 판매자들은 상세 페이지에 별도로 소비기한을 표기하고 있다.

온라인몰 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지만 임박상품임을 상세 페이지 등에 이미 고지한 경우 입점 판매자 입장에서도 컴플레인이 발생한다"라며 "판매자가 악의적으로 소비기한을 숨겨서 판매한 상황이 아니고 소비자가 명시 상태를 놓쳐서 구매한 경우 원칙적으로는 기한 이내 상품을 판매한 것이므로 중개 업자로서 단순 법적 문제로만 판가름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회사는 "제품 패키지를 비롯해 온라인몰 상세 페이지에도 소비기한을 표기하여 운영하고 있지만 온라인 환경 등에서 확인이 다소 번거롭다는 소비자 의견에 충분히 공감해 향후 시인성을 높일 방안을 관련 부서와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8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관련 고시를 개정·시행했다. 개정안은 소비기한 등 소비자 안전과 구매 판단에 중요한 정보를 제품 포장지에 12포인트 이상의 글자로 크게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핵심 정보의 가독성을 높여 소비자가 식품 정보를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이처럼 정부는 소비기한을 소비자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표시 기준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온라인 구매 단계에서는 실제 받을 제품의 잔여 소비기한을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품에는 소비기한을 눈에 띄게 표시하도록 하면서도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는 온라인 상세페이지에서는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워 온·오프라인 간 정보 제공에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온라인몰이나 판매자는 상세 페이지 맨 하단에 당일 기준 소비기한을 매일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고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상세 페이지 하단이라는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 중요한 정보가 안내되고 있다는 문제는 동일하게 발생한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청약 철회 기간 이내 단순 변심에 따른 반품이나 환불을 거부하는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소비기한은 법적으로 필수 기재해야 하는 중요 정보이기에 명시되지 않았을 확률이 낮다"라며 "상세 페이지 하단에 기재돼 눈에 띄지 않더라도 임박상품은 할인 폭이 크기 때문에 저렴한 이유를 꼼꼼히 살피고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 습관을 지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