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기조로 SK스페셜티(대표 김양택), SK렌터카(대표 이정환) 등 굵직한 계열사를 매각하면서 4조4000억의 현금을 확보했다. SK그룹은 2026년까지 리밸런싱과 주력 사업 역량 강화를 통해 80조 원을 확보, AI·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할 방침이다.
2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SK그룹의 계열사는 817곳이다. 지난해 4월과 비교하면 40곳 줄었다. 계열사 82개를 정리했고 42곳은 새로 편입됐다. 지난해 말에는 833개로 계열사 정리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최 회장이 리밸런싱을 언급하기 전인 2023년 4월 말 796건에 비하면 여전히 늘어난 있는 상황이라 향후 추가적인 정리작업이 더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 관계자는 “올해도 그룹 리밸런싱이 계속될 것”이라며 “사업 및 포트폴리오 조정 효과로 재무구조 개선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지난 1년간 제외된 계열사의 업종은 제조업이 27곳으로 가장 많다. △서비스업 14곳 △기타 금융업 13곳 △발전업 11곳 등이다.
제조업 중에서는 SK스페셜티와 이 회사의 해외 법인 6곳, SKC(대표 박원철)의 해외 법인 5곳이 포함됐다.
SK스페셜티는 매년 1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자회사'다. 중복 사업을 정리하고 '관리 가능한 범위'를 실현하겠다는 SK그룹의 강한 리밸런싱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지난해 단행된 가장 굵직한 리밸런싱은 SK이노베이션(대표 장용호)과 SK E&S의 합병이다.
통합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1월 SK E&S와 합병을 통해 '100조 에너지 공룡'으로 탄생했다. 정유, 화학, 배터리에서 LNG, 수소, 풍력, 태양광, 소형모듈원전(SMR)까지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기업이 됐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목표로 한 성과를 내기 위해 실적 개선이 필요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446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됐다. 당기순손실은 1256억 원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6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5%, 2027년 이후 ROE 10%를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ROE는 -9.6%였으며 올해 1분기는 -10.3%를 기록했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신임 총괄사장은 지난 19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타운홀미팅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라며 "실행 가능한 방안을 빠르게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이호정 SK네트웍스 대표는 지난해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지난해부터 지속된 고금리 기조에 렌탈 부문의 이자부담이 늘어나 순이익이 급감했다"며 "올해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 재무건전성 강화를 목표한다"고 밝혔다.
리밸런싱 전인 2023년 6월 말 기준 SK네트웍스의 부채비율은 290%에 달했다. SK네트웍스의 올해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155.5%로 134.5%포인트 하락했고 우량한 수준이 됐다.
이 외에도 SK그룹은 지난 1년간 △SK엠앤서비스(대표 김성준) △SK커뮤니케이션즈(현 네이트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유영미) △에프앤유신용정보(대표 장혁준) 등을 매각했다.
또 △솔루티온 △프로웰 △SK엔텀 등은 흡수합병을 택했고 △애커튼파트너스 △그린순창 △스튜디오웨이브 등은 청산 절차를 마쳤다. △스튜디오돌핀 △스튜디오웨이브(대표 이헌) △로크미디어(대표 김관영) 등 영화와 비디오, 웹소설 등 콘텐츠 관련업 3곳도 정리했다.
SK텔레콤(대표 유영상)은 네이트커뮤니케이션즈와 에스케이앰엔서비스(대표 김성준) 등 인터넷 정보 서비스업 2곳의 지분을 매각했다.
AI 및 반도체 중심의 신규 투자에 집중하기 위해 비핵심자산을 매각한 것이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주요 계열사를 매각해 현금 4조4459억 원을 확보했다. 현재 몸값 5조 원대로 평가받는 SK실트론(대표 이용욱)도 매각을 추진 중이다. 또한 SK에코플랜트(대표 김형근)의 친환경 사업 자회사 리뉴어스·리뉴원(대표 권지훈)의 매각 작업도 진행 중이다. 두 회사의 총 매각가는 약 2조 원으로 추산된다.
SK그룹은 2026년까지 80조 원을 확보해 AI·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분야에 100조 원 이상을 투입할 방침이다. 재원은 계열사 매각과 영업이익으로 충당할 방침이다.
한편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CEO들은 지난 13~14일 경기도 이천 SKMS 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중복사업 정리 △우량자산 내재화 △신성장사업 재편을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현황을 점검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