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으로의 자금 공급을 중심으로 한 '생산적 금융'과 취약계층을 위한 포용금융에 적극 나선 점은 큰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대규모 손실사태로 인한 책임론과 함께 오락가락한 가계대출 규제로 실수요자 불만이 이어지면서 부정적인 평가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출처-금융위원회]](/news/photo/202609/762831_317410_342.jpg)
◆ 임기 초부터 생산적 금융 강조...포용금융, 소비자보호 거버넌스 구축에도 힘써
이 위원장은 취임 후 부동산·수도권에 집중된 자금 흐름을 첨단산업·지방으로, 예금·대출에 치우친 자금을 투자로 이동시키는 '생산적 금융'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로봇 등 첨단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국민성장펀드'를 마련했다. 5년 간 200조 원 이상 공급을 목표로 하는 국민성장펀드는 지난해 12월 출범 후 8개월 만에 17조9000억 원의 자금공급을 승인했다.
이와 함께 은행이 보유한 비상장주식의 위험가중치(RW)를 400%에서 250%로 완화하는 한편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신규 사업자를 인가하고 해당 상품 조달액의 25%를 모험자본에 투자하도록 하는 등 금융권 자금공급 촉진에도 힘썼다.
이러한 제도 개선은 금융권의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확대로 이어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은행권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334조5512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15조8214억 원 증가했다.
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질적인 측면은 따져봐야 하겠으나 국민성장펀드, 금융권의 대규모 자금 투입 등을 통해 혁신기업, 벤처기업 투자가 활발해진 만큼 양적인 측면에서는 분명히 성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포용금융 확대에도 힘을 기울였다. 지난해 출범한 새도약기금을 통해 장기 연체채권을 일괄매입·심사해 소각·채무조정한 데 이어 성실상환자의 재기 지원을 위해 약 286만2000명에 대한 역대 최대 규모 신용사면이 추진됐다.
이 위원장 체제의 금융위가 포용금융 정책을 강화함에 따라 금융권의 포용금융 규모도 커지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민간 중금리대출·연체채권 소각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총 70조 원 이상을 포용금융에 공급할 게획이다.
금융소비자, 취약계층의 의견이 정책 과정에서 반영될수 있도록 하는 거버넌스 체계도 마련됐다. 올해 6월 첫 출범한 '금융소비자보호 정책평가위원회'에는 금융소비자단체, 학계, 연구계, 법조계 등 전문성을 갖춘 민간위원들이 포함돼 금융정책 전반을 소비자 관점에서 평가하고 있다.
◆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규모 손실 발생...가계대출 관리에 실수요자 대출난
지난 5월 출시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로 비롯된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와 가계대출 총량규제와 관련된 금융당국의 오락가락한 정책 대응은 사실상 낙제점에 가깝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서 기초지수 변동에 따른 위험성이나 영향을 감안하지 않고 성급하게 고위험 상품을 도입한 점이 개인투자자 피해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상품 도입 과정에서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 확대 가능성,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했다는 입장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상품 설계 단계부터 안전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라는 것이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취지였다"며 "주가 변동에 따른 위험이 내재된 상품이 출시돼 이에 투자한 사람들이 대규모 손실을 봤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평했다.
가계부채 관리 과정에서 대출난이 심해진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위는 지난 4월 올해 가계대출 총량관리 목표를 전년도(1.7%)보다 강화한 1.5%로 설정하고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별도 관리목표도 신설하는 등 가계대출 총량관리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금융권 대출총량 한도가 조기에 바닥나면서 집단대출은 물론 주택 매매를 위한 실수요자 대출난도 심해졌다. 특히 시중은행의 대출 강화로 인해 인터넷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접수 시작 직후 주담대 신규 신청이 조기 마감되는 '오픈런' 현상도 발생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3일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에서 3%로 높여 약 30조 원의 추가 대출 여력을 마련했다. 하지만 추가 공급분의 상당 부분이 집단대출, 중금리대출 등 정책자금 부문에 집중돼 주택 실수요자들의 대출난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 디지털자산기본법,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편 등 미뤄진 과제 산적
임기 2년 차에 접어드는 이 위원장에게는 금융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이어 디지털자산의 발행·유통 체계와 가상자산사업자 규율 등 시장 전반을 포괄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마련이 시급하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12월 정부안 제출이 예정됐으나 올해도 연내 통과가 미지수인 상황이다.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연임을 둘러싼 지배구조 개편안도 당초 올해 3월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구체적인 방안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정책서민금융의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서민금융안정기금 신설, 금융회사가 적립한 예금보험기금을 활용해 금융시장 충격에 선제 대응하는 금융안정계정 도입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대상으로 금융위가 거론되는 가운데 내부 반발에 어떻게 대처할지 역시 이 위원장의 과제로 남아 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현재 경제 상황에 비춰볼 때 금융당국이 더욱 신경을 써서 포용금융 관련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디지털자산기본법처럼 계속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금융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금융산업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는 제도는 발표 시점보다 실행력이 중요하다"며 "금융위원장이 직접 부처간 이견과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조정하고 법안의 핵심 내용을 명확히 해 국회 논의를 신속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개로 야당 일각에서 이 위원장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점은 변수다. 청와대 경제사령탑인 김용범 정책실장이 지난 1일 사퇴한 점은 이 위원장에게도 부담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사태와 관련 이 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사퇴를 요구했고 조국혁신당 역시 같은 날 이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한다는 논평을 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