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제약사 중 경구용 완제의약품의 글로벌 EPD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HK이노엔은 해외 고객사와 바이어에게 제품 생산·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영향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제공해 글로벌 시장의 ESG 요구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HK이노엔은 케이캡정50mg의 EPD가 국제 플랫폼인 ‘EPD-글로벌’에 등록됐다고 7일 밝혔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EPD-글로벌과 국제지속가능인증원이 공동 개최한 인증서 수여식에서 케이캡정50mg의 EPD 인증서를 받았다.
EPD는 제품의 원료 생산부터 제조·유통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영향을 국제표준에 따라 정량화하고 제3자 검증을 거쳐 공개하는 제도다. 제품별 환경정보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품의 환경 신분증’으로도 불린다.

그동안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의약품 특성에 맞춰 환경영향을 산정할 공인 기준이 없어 EPD 적용에 제약이 있었다. 영국표준협회(BSI)가 지난해 11월 의약품의 환경 전과정평가를 위한 제품범주규칙(PCR)인 ‘PAS 2090:2025’를 발간하면서 의약품 환경성 평가를 위한 기준이 마련됐다.
HK이노엔은 PAS 2090:2025를 토대로 케이캡정50mg의 환경영향을 산정해 EPD를 발행했다. 이번 EPD를 해외 사업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중남미와 아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 고객사와 바이어가 제품별 환경정보를 요구할 경우 제3자 검증을 거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기업의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인 ‘스코프3(Scope 3)’ 관리와 환경 실사 요구가 확대되는 가운데 케이캡 EPD를 해외 파트너사의 ESG 관련 요구에 대응하는 자료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케이캡은 HK이노엔이 자체 개발한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20개국에서 출시됐으며 기술수출과 완제수출을 통해 총 55개국에 진출했다.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공급망 위험이 커지면서 제품과 공급망의 환경정보를 측정·관리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BSI가 지난달 공개한 'G7 넷제로 온도 점검(G7 Net Zero Temperature Check)'에 따르면 G7 국가의 기업인 중 제약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넷제로 대응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7%는 향후 기후변화로 인한 공급망 차질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고, 88%는 기후변화에 대비하지 않을 경우 향후 비용 증가와 사업 회복력 저하를 우려했다. 또 78%는 자사의 넷제로 프로그램을 미래 사업 회복력에 중요한 요소로 평가했다.
환경 대응을 비용이 아닌 경영 경쟁력의 문제로 보는 인식도 나타났다. 응답자의 96%는 각국의 국가 목표에 맞춰 넷제로 달성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했고, 37%는 향후 1년간 넷제로 관련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넷제로 추진의 배경으로는 고객의 요구가 중요하다는 응답도 83%에 달했다. BSI는 기업들이 환경 목표를 실제 경영에 적용하는 단계로 넘어가면서 의약품의 원료 확보부터 생산·공급·사용·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의 환경영향을 일관된 방식으로 측정하는 것이 과제라고 분석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
